국내 최장 3km… 점포 270개로 최다… 명동-종로상권과 연결 ‘노른자위’ 민간 위탁 후 임대료 폭등하자 상인들 반발로 양측 소송전 벌여 갈등 깊어지며 빈점포 늘어 썰렁… 돈 챙기는 서울시설공단은 방관
2일 서울시청 지하의 시티스타몰. 파티션이 없는 전시 공간 80여 평(오른쪽)도 공실로 쳐 민간 수탁 업체에 대부료를 징수하면서 ‘갑질 계약’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동대문에 이르는 3km 지하보도상가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 위탁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시청∼을지로입구의 ‘시티스타몰’과 을지로3호선역∼동대문의 ‘을지스타몰’은 총길이 3km로 국내 최장 지하상가 몰(mall)로 꼽힌다. 점포 270여 개로 강남역 지하상가 점포(210개)보다 많다.
그러나 2일 찾은 을지스타몰에는 빈 점포가 듬성듬성 눈에 띄었다.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서부터 을지로입구까지 약 200m의 통로를 따라 늘어선 점포의 3분의 1은 비어 있었다. ‘임대 문의’ 전화번호만 유리창에 붙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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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프리몰이 2011년 8월 서울시설공단과 계약을 체결할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대로 관리운영비를 받으려고 하자 상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상인들은 “임차료를 포함해 한 달 내는 비용이 2배 가까이로 뛰었는데 여기서 어떻게 관리비까지 내느냐”며 대현프리몰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냈다. 반면 대현프리몰은 “점포 내부 화재 관리 및 이용자 보험 가입까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관리비를 받지 않고서는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갈등이 심각해지자 서울시설공단은 “양쪽이 합의해서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일단 발을 뺐다.
당초 서울시가 민간에 관리를 맡긴다고 할 때는 노후 환경을 개선해 수익을 늘려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임차료가 실질적으로 늘면서 공실(空室)이 늘었다. 12%의 공실률을 줄여보고자 대현프리몰은 임차료를 기존 70여 만 원보다 낮추고 싶어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공단 측은 “감정평가액보다 낮게 임대료를 받는 것은 서울시 규정에 어긋난다”라고 거부했다. 대현프리몰은 1월 “지난 5년간 2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수수방관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며 서울시설공단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사업계획서에 대현프리몰이 관리운영비를 받겠다고 쓴 것은 맞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양쪽이 합의해서 정하라’고 권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현프리몰이 공실률을 감수한다는 것 역시 계약서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탁 업체의 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공단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