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강조한 대학 졸업-입학식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잃을 게 없다’는 긍정의 힘이 봉사활동과 창업의 원동력이 됐어요.”
24일 열린 서울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축사를 한 이진열 씨(28·종교학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력이 나빠질수록 말과 행동도 움츠러들었다. 대학에 입학해도 내성적인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2학년 때 우연히 교내 봉사단에 들어간 그는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땀을 흘리면서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봉사단장으로 일하며 배운 ‘하면 된다’ 정신은 현재 창업 도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 씨는 “남들은 스펙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는 걸 보면서 나 역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한 인재’ 육성을 강조한 성낙인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에게 “약자를 배려하는 지식인, 바른 정신을 가진 인재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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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표로 선서한 영문학과 신입생 구예린 씨(19)는 “학점 경쟁과 취업난으로 치열한 대학생활에 우려가 컸는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도 이날 입학식을 치르면서 신입생들을 응원하고 위로했다. 송덕수 총장직무대행(부총장)은 축사에서 “이화여대가 최근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순서에서 남교수중창단은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축가로 불렀다.
한편 이날 서울대 법과대학에서는 ‘광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소설가 최인훈 씨(81)가 입학 65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1952년 법학과에 입학한 그는 1956년 휴학 후 제적 상태에 있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