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일수록 미래 위한 투자 중요… 기업들 연초부터 공격적 R&D 행보 자율주행차 바이오·제약 태양광 등 혁신적 제품, 미래 선도 기술 개발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케팅과 혁신 두 가지뿐이다. 다른 활동들은 비용이다.”
현대 경영학의 그루(Guru)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다. 드러커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시장 창출로 봤다. 시장 창출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활동이 마케팅과 혁신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은 고객이 좋아하는 무엇을 발견하는 활동이며 혁신은 고객들이 깨닫지 못하는 욕구를 찾아내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1954년에 펴낸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서 그가 역설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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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한국 기업들도 모든 게 불확실한 때일수록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초부터 공격적 R&D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울 우면동의 ‘삼성 서울 R&D 캠퍼스’, 경기 화성 부품연구동, 수원 사업장 2단지 내 전자소재 연구단지, 수원 디지털시티 내 모바일 연구소(R5) 등 곳곳에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연구소에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 제품, 미래 선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는 5518건으로 2006년부터 IBM에 이어 11년 연속 2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총 10만6707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분야별로 R&D 전문가 육성에도 신경 쓰고 있다. 2009년부터 운영 중인 ‘마스터(Master)’ 제도를 통해 연구원들이 해당분야 전문가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8명이 사내에서 마스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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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올 한 해 △공격적 투자 △신시장 개척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해 경기 침체를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진은 흔들리지 말고 투자와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부터 신약 개발을 시작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SK는 올해 바이오·제약 분야의 R&D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출범한 SK 바이오팜의 연구소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신약개발연구소와 글로벌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뉴저지의 임상개발센터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LG그룹은 과감한 R&D 투자로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사업 기회와 성과로 연결되는 R&D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사업구조 전환에 5조 원 넘게 투자한다. LG화학은 자동차 전지와 기초소재 분야 등에 약 2조7600억 원을 쏟아 붇는다. LG전자는 2018년 상반기(1∼6월)까지 약 52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약 2000여억 원이 투입된 경남 창원 R&D센터도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꾸준한 R&D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시킬 방침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밖에서 불어오는 위기의 바람을 우리가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셀 생산규모 세계 1위인 한화큐셀은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열과 압력에 강한 ‘고부가 염소화PVC(CPVC)’ 국산화에 처음 성공해 현재 울산에 연산 3만t 규모의 CPVC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