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망상,어’ 펴낸 김솔 작가
김솔 작가는 “직장에선 아직 내가 소설가라는 걸 모르는 동료가 많다”면서 “오히려 소설이 생계가 된다면 자유롭게 쓰기 힘들 것 같아 지금 내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김솔 작가 제공
36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 ‘망상,어(語)’를 펴낸 소설가 김솔(45)은 작가치곤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국내 대기업에서 중장비 수리를 컨설팅해 주는 일을 한다. “굴착기 같은 중장비가 고장 나면 고칠 방법과 작동 원리 등을 알려주는 일을 합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일이죠. 그래서 정반대 성격의 소설 쓰는 일이 제겐 즐거운 취미예요. 두 개의 세계가 서로 관여하지 않는….”
이번 책엔 그가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 둔 5장 안팎의 단편들을 모아 담았다. 출퇴근길 읽은 뉴스나 소설책, 혹은 직장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마음껏 ‘망상’을 펼쳐 글을 지었다. 휴대전화 환청과 진동을 착각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읽고선 ‘환각지통(幻覺肢痛)’을, 봉급으로 병아리를 받은 우즈베키스탄 공무원들을 소개한 해외 토픽을 보고선 ‘병아리’를 썼다.
그의 글은 시간과 공간, 국적, 성별 등이 뒤섞인 듯 몽롱해 ‘글로벌 이야기꾼’(신수정 문학평론가)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4년간 벨기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글에도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일부러 주인공으로 외국인을 주로 등장시키는 것도요. 한국 사람이 한국 얘기를 하면 오히려 틀에 갇히고, 독자도 편견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문학 전공자가 아닌 작가답게 “책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거창한 일이 아닌 데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책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 분량이 길다고 무조건 문학성이 있는 글이란 건 편견 같아요. 짧아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이 있잖아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