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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철강 구조조정, 짚어봐야 할 3가지

입력 | 2017-02-20 03:00:00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과거 20여 년간 많은 나라가 중국 특수를 누렸다. 미국은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값싼 제품들을 소비하면서 좋은 시절을 보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고성장을 구가했고, 한국도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이득을 봤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중국 특수가 끝나가고,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대다수 전통산업이 과잉 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장 기능에 맡기지 않고 직접 통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근거리에서 덕을 많이 봤던 우리의 피해도 심각하다. 이미 해운, 조선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제 관심은 철강업이다. 철강은 전 세계적으로 과잉 설비 문제가 가장 큰 업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인 약 8억 t을 생산하는 중국의 생산능력은 12억 t. 어림잡아 4억 t이 과잉 설비다. 일본의 3000만 t, 한국의 1500만 t을 합치면 동북아 3국에만 약 4억5000만 t의 과잉 설비가 존재하는 셈이다. 구조조정 논의가 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당장 재무적 득실 등 눈앞의 이슈에만 집착하다가는 자칫 수십 년 공들인 산업경쟁력을 와해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철강업과 같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에는 가치사슬 전반의 생태계 경쟁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거시적 영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우선 철강재 수출입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철강 수요는 연간 6000만 t인데, 7000만 t을 생산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2000만 t 이상의 수입재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매년 1400만 t에 이르는 중국 저가 제품이 유입되는 것이 문제다. 일본은 철강재 수입에 대한 관세는 없지만 유통 시장이 폐쇄적이어서 외국산이 침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통 시장을 정비해 수입재를 방어하는 것이 구조조정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다.

다음으로 한중일 3국 간의 경쟁력 판도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1억5000만 t의 설비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후 및 저효율 설비 위주로 도태시키고 있다. 그 대신 주요 철강사의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 일본도 2000년대부터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대형 2개 회사 체제로 재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기적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 안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에 없던 속도와 강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전통 제조업에는 스마트화의 물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화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량 있는 소수의 기업만 성공할 수 있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도 스마트화의 물결을 타고 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올해 한국 철강산업은 구조조정이라는 큰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이 구조조정의 파고를 잘 이겨내고 오히려 경쟁력을 배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타고 스마트 경쟁력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