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체크무늬 경기복… 힙합풍 ‘똥싼바지’…
하프파이프 경기장은 설원의 패션쇼 무대다. 빨간 체크바지는 멀리서도 월드컵 랭킹 1위 마리 마르티노(33·프랑스)임을 알게 해주는 트레이드마크다. 아래사진은 프리스타일 종목에서는 평범한 옷차림으로 분류되는 브렌단 뉴비(21·아일랜드).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리스타일 선수들이 들이닥치면 시끄러워질 거라는 뜻이다. 속도를 놓고 기록과 싸우는 알파인과 달리 프리스타일은 점프와 회전 등 창의적인 연기로 경쟁하는 종목이다. 반드시 해야 할 정해진 기술도 없다. 하프파이프 위에서 선수들은 그저 ‘자유로운 몸짓’을 선보이면 된다. 심판이 몇 점을 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은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친 뒤에는 파이프를 다 타고 내려온 뒤 바닥에서 보너스 점프를 한 번 더 하기도 하고 스키 에지(edge)로 하프파이프 가장자리를 긁어 눈을 뿌리며 혼자만의 세리머니도 펼친다. 자신을 순위 밖으로 밀어내더라도 고난도 점프가 나오면 너 나 할 것 없이 탄성을 터뜨린다.
폴을 들든 말든 자기 마음이다. 지난해까지 폴을 들고 연기했던 미겔 포티어스(18·뉴질랜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날 폴이 부러졌는데 ‘나랑 맞지 않는가 보다’ 생각하고 폴 없이 연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점수를 기다리며 앞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능청스럽게 셀카를 찍는 선수들도 있다. 하프파이프는 경기 중에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충돌할 경우 부상을 당할 수 있어 휴대전화 대신 경기 중 아주 작은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벨트 부분에 매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대부분의 선수는 일명 ‘똥싼바지(기저귀 찬 아이가 입은 것처럼 엉덩이가 한참 내려와 있다는 뜻)’라 불리는 힙합 스타일링을 선호한다. 미국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슈퍼스타 숀 화이트 등 스타 선수들은 이미 성공한 패션 사업가이기도 하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