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놓인 장벽. 왼쪽은 미국 애리조나 주, 오른쪽은 멕시코 소노라 주. 위키피디아 제공
큰 돌을 하나씩 옮겨 만리장성을 쌓던 시대에 비해 현대는 장벽을 쌓기가 훨씬 쉬워졌다. 구하기 쉽고 저렴하며 내구성도 좋은 콘크리트 벽을 쌓으면 된다. 동서 냉전 시대에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도 콘크리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해 외교 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술 발달로 벽 축조가 편리해진 만큼 환경 파괴도 커졌다. 콘크리트의 주성분인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트럼프의 계획대로 국경 장벽을 쌓으면 이산화탄소 780만 t이 나온다고 계산했다. 5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5기를 1년 동안 운영할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다.
생물 재료로 만든 장벽도 연구 중이다. 미국의 환경벤처기업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은 작물 폐기물로 건축자재를 만든다. 옥수수에서 먹는 부분을 뺀 뼈대를 잘게 간 다음 버섯 균사를 넣고 10∼14일 배양하면 플라스틱만큼 단단한 건축자재가 만들어진다. 버섯 균사체는 가늘고 긴 사슬 형태를 띠고 있어 결합력을 높이고, 벽에 금이 가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다. 집을 지을 때 벽면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장벽을 친환경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 막기는 힘들다. 미국 생물다양성센터는 국경 장벽이 멸종위기종인 재규어를 비롯해 사자와 사슴 등 동물들의 이동을 막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계절 변화에 따른 이동을 막고 짝짓기를 방해해 결과적으로 멸종을 앞당긴다는 우려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