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헤모스
취조실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태석(오른쪽)을 두고 검사와 변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PMC프러덕션 제공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기시감이 너무 많이 든다. 돈으로 죄를 덮으려는 재벌가 아들의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로 숱하게 변주됐으니.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베헤모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뜻밖의 단서를 통해 반전이 일어나며 이야기를 한 번 더 비튼다. 그 때문에 극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몰입도가 점점 더 높아진다. 그리고 태석, 변호사, 검사 등 인물들의 내면을 파고들며 상처, 욕망, 증오 등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베헤모스는 성경에 나오는 괴물이다. 2014년 KBS에서 단막극으로 방송된 ‘괴물’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100분간 진행되는 연극은 돈과 명예 앞에서 적극적으로, 혹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괴물이 되어 버린 인간 군상을 보여 주며 되묻는다. 당신은 이들과 얼마나 다르냐고. 만약 다르다면 어디까지 버텨 낼 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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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무대는 호텔방, 취조실, 검사 사무실, 재벌 회장실 등으로 나눠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영상물도 적절히 활용해 극의 전개 속도와 긴장감을 높였다. 배우들은 집중력 있는 연기로 극을 힘 있게 끌고 간다. 정원조, 김도현, 최대훈, 김찬호 등 출연. 4월 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4만4000∼5만5000원. 02-739-8288 ★★★ (★ 5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