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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정남, 평소 ‘누군가 나를 위협한다’면서도 혼자 다녀”

입력 | 2017-02-17 03:00:00

[김정남 피살/마지막 행적]페이스북 친구 등 지인들 증언




김정남 페이스북 ‘당근 든 다람쥐’ 사진 김정남이 2015년 11월 16일 마지막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임시 프로필 사진. 페이스북 캡처

피살된 김정남은 평소 신변 불안을 느끼면서도 수행원 없이 혼자 동남아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분이 깊지 않은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복동생 김정은이 권력을 틀어쥔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해외를 떠돌아야 하는 외로운 심경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김정남이 생전 교류했던 사람들을 접촉해 그의 행적과 심리 상태를 들어봤다.

○ “주로 혼자서 동남아 여행”

싱가포르에 사는 현지 국적의 A 씨는 “김정남은 평소 ‘누군가가 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혼자 여행을 다녔다”고 16일 말했다. A 씨는 5년 전 싱가포르의 한 클럽에서 처음 김정남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피살될 때에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별다른 수행원 없이 혼자 있다가 변을 당했다.

김정남이 동남아 등지에서 수행원과 다니지 않았다는 점은 수년 전 싱가포르에서 그를 목격한 사람의 증언(본보 16일자 A4면 참조)과도 일치한다. 김정남은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마카오에 주로 거주하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살았다. A 씨는 “김정남은 싱가포르에 올 때마다 최소한 며칠, 길게는 2주 동안 머물렀다”면서 “싱가포르 방문지가 어디인지 말하지 않았으며 그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이처럼 홀로 동남아 국가를 오간 것은 자신의 동선이 노출되는 걸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001년 김정남이 위조 여권을 갖고 사람들과 무리지어 일본을 방문했다가 발각돼 후계자에서 멀어진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 떠돌이 생활에 외로움 느꼈나

김정남은 처음 보거나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테러 위협 속에 홀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 탓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싱가포르에 사는 교포 B 씨는 2014년 현지 도심에 위치한 고급 재즈바를 찾았다가 김정남을 만났다. B 씨는 처음에 김정남이 누군지 몰랐다. 한 종업원이 “핵무기 만드는 북한의 김정일 아들”이라며 그에게 김정남을 소개했다. 김정남은 종업원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등 별다른 거부감 없이 B 씨와 인사를 나눴다. 김정남은 이전에도 싱가포르의 한 술집에서 여성 종업원들과 술에 취한 채 대화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수년 전 김정남이 머물렀던 싱가포르 숙소의 사장인 현지인 C 씨도 “우리 숙소에는 4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번 머물렀다”며 “시가를 자주 피우며 말이 굉장히 많았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전했다.

여러 목격담을 종합하면 김정남의 성격과 행동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김정남이 자신의 외향적인 성격을 억지로 숨기며 살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은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자 다니면서 외로움이 커졌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치에 거리 두던 김정남

취재팀이 접촉한 김정남의 친구들은 “그는 ‘좋은 친구’였으며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그는 공손하고 성격 좋은 친구였다. 만약 김정남이 집권했으면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어린 시절 다녔던 스위스 제네바국제학교의 친구들도 그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한 급우는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정치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남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진을 놓고 누리꾼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의 페이스북 계정은 그의 위조 여권상 이름과 같은 ‘김철(Kim Chol)’로 등록돼 있다. 해당 사진은 다람쥐 한 마리가 먹다 남은 당근을 앞에 두고 눈을 감은 채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던져주는 당근을 두고 돌아서지 못하는 다람쥐 같은 자신의 신세를 상징하는 것 같아 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호재 hoho@donga.com·황성호·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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