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술교육원 1961명 수료 밴드 접고 알바하며 PC방 전전하다 정장 미용사 보고 미용기술 배워 사업실패 딛고 41세 되어서야 어머니께 첫 월급 선물하기도
16일 서울 노원구의 한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이대원 씨(오른쪽)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방황하던 그에게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1월.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간 어느 날, 정장을 입고 가위를 든 남성 미용사가 그렇게나 멋져 보였다. 미용사인 동생이 한때 권유했다는 사실도 불현듯 생각났다. 그 길로 동생이 다닌 서울 남부기술교육원 헤어디자인과에 전화를 걸었다. 3월 입학한 뒤 이 씨의 생활은 온통 미용으로 채워졌다. 통학 시간을 아끼려 아예 기숙사에 들어갔다. 미용에 푹 빠진 그를 교수도 아꼈다. 일과가 끝난 뒤 혼자 연습을 할 때면 들러서 컵라면과 김치를 챙겨주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국가기술자격증을 따고 12월 정식으로 취업했다. 일을 마치면 ‘업계 선배’인 동생과 새벽까지 미용 연습을 한다. 그는 “숙식이 무료였고 교수님이 직접 교육생들의 취업을 하나하나 연결해줬기 때문에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씨의 목표는 동생과 함께 서울 외곽에 미용실을 차리는 것이다.
그렇게 덜컥 불혹(不惑)을 맞았다. 구직 홈페이지를 뒤지던 그에게 사촌형은 기술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공부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담을 쌓았지만, 마음먹고 지난해 서울 동부기술교육원 에너지진단설비과에 입학해 독하게 공부했다.
마침내 지난달 23일 최 씨는 갓 개장한 주상복합건물 관리직으로 직장을 얻었다. 비록 9일 치였지만 첫 월급은 무엇보다 뿌듯했다.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어머니께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라 ‘한때 실패자’였던 다른 교육생들을 만나며 인생관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씨와 최 씨처럼 서울시 기술교육원에서 변신을 꿈꾼 2016학년도 정규과정 교육생 1961명의 수료식이 17, 20일 열린다. 서울의 중부·동부·남부·북부 등 네 군데 있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 서울시민에게 전액 무료로 취업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실습 위주의 훈련을 통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직장인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2015학년도 수료생 47%가 수료 3개월 안에 취업했고 73%는 관련 공인자격을 취득했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17일까지 2017학년도 교육생을 모집한다. 1년 주간과정과 6개월 야간과정으로 구성된 정규과정은 58개 학과 1842명을, 단기과정은 25개 학과 915명을 뽑는다. 조리 외식, 헤어 뷰티 등 청년층 구인 수요가 높은 일부 과목은 만 3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희망디딤돌 과정’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