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제과기업 ‘빔보(Bimbo)’의 창업주 로렌소 세르비트헤가 3일 멕시코시티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8세.
‘제빵왕’ 세르비트헤는 아버지의 작은 빵집을 물려받아 세계 1위의 제과회사로 키운 멕시코 출신 기업인이다. 빔보는 현재 22개국에서 공장 170여 개를 운영하며 1만 종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한다. 직원만 13만 명에 달하며 트럭 등 운송수단만 1만1000대를 웃돈다. 2014년 매출액은 141억 달러(약 16조2150억 원).
엘 모니카를 운영하던 세르비트헤는 미국의 현대적인 제빵 기술에 주목했다. 미국의 제과회사들처럼 다양한 종류의 빵을 대량 생산해서 멕시코시장에서 출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다소 늦춰졌고 1945년 12월에서야 동생, 친척 등과 함께 본격적으로 제과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사람들이 뭔가 하려던 것을 해냈을 때 외치는 단어인 ‘빙고(bingo)’와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제목인 ‘밤비(bambi)’를 조합해 ‘빔보(bimbo)’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세르비트헤가 생각한 빔보의 의미는 영어 단어 ‘빔보(bimbo)’의 ‘섹시한 외모에 머리 빈 여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빔보의 창업은 전후 분위기를 고려할 때 화려한 편이었다. 직원 34명에다 재료, 제품을 운반할 트럭만 10대를 확보했다. 첫 제품은 4가지 종류의 빵이었다. 빔보는 2가지 크기의 흰빵과 호밀빵, 토스트용 슬라이스 빵을 팔았다. 미국에서 팔리던 슬라이스 빵은 빔보가 멕시코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빔보는 1948년 말까지 9가지 종류의 빵을 시장에 내놓았다.
FILE - In this Aug. 23, 2005 file photo, Lorenzo Servitje, founder of international snack and baked-goods empire Grupo Bimbo, gives an interview in Mexico City, Mexico. Servitje has died at the age of 98, according to the head of Mexico?? Business Coordinating Council on Friday, Feb. 3, 2017. Servitje was born in Mexico on Nov. 20, 1918, the son of a Spanish immigrant who started a bakery. (AP Photo/Marco Ugarte, File)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1984년 빔보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빵을 이웃 국가인 미국에 수출했다. 멕시코 국경에서 가까운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1989년 과테말라, 1991년 아르헨티나에 공장을 지었다.
세르비트헤는 크고 작은 전세계 제과 및 제빵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끊임 없이 몸집을 불렸다. 1998년 미국의 미시즈베어드를 인수했고 2001년 브라질의 ‘플러스 비타 앤드 풀맨’을 넘겨받았다. 2006년 중국 베이징의 판리코를 인수해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2009년 웨스톤푸드를 차지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큰 제과회사가 됐다. 이후에도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의 제과회사들을 합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제과기업’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빔보는 2013년 기준으로 멕시코에서 9번째로 큰 기업집단에 기록됐다. 빔보는 현재 빔보, 마리넬라, 리콜리노, 바르셀 등 100개 이상의 식음료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미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빔보를 ‘포브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986위에 올렸다.
‘멕시코의 상징’의 저자 로버트 웨이스 노던콜로라도대 교수는 “빔보는 미국화의 첨병이라는 지위를 뛰어넘어 멕시코혁명의 문화적인 기풍에다 현대 미국 문화를 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