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달러 붕괴’에도 中증시 상승세 예고된 악재에 큰 동요없어… 감소폭 줄어든 것도 긍정적 신호
“3조 달러가 중국 외환보유액의 바닥이 아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안링 중국 자오상증권 이코노미스트)
중국 외환보유액이 5년 11개월 만에 3조 달러(약 345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빠르긴 하지만 추세적으로 3조 달러 방어는 불가능하며 오히려 외환보유액 감소 속도가 줄어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고 위안화 가치가 흔들리면 중국 외환보유액 유출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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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오른 달러당 1147.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49% 하락한 2,065.08로 거래를 마쳐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 소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융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3조 달러 붕괴가 예상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2조8000억 달러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를 퍼부었음에도 외환보유액 감소폭이 전달보다 줄어들었다는 건 외환 유출이 줄어드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월 달러 약세로 위안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음에도 외화 유출이 이어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위안화의 가치는 약 1% 상승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위안화가 빠져나간 것은 그만큼 중국이 환율 방어에 위안화를 소진했음을 뜻한다. 김 연구원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중국 외환보유액 중 비달러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실제 달러 소진 규모는 드러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외환보유액의 향방은 결국 달러 가치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달러 강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외화 유출 압력은 커질 수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무역불균형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게 되고, 여기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의 추가 이탈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8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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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때문에 달러당 7위안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유출이 다시 빨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