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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박’에 맞받아친 하메네이

입력 | 2017-02-08 03:00:00

“타락한 미국정부 민낯 드러내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 안해”
트럼프 실명 직접 언급하며 對이란 제재 조치 정면비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대(對)이란 적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하메네이가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7일 열린 공군 창설 기념식에서 “트럼프는 ‘나를 두려워하라’고 겁박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싫다’”라며 “이란 국민은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특히 ‘이란은 고사할 위기에서 (핵 협상으로) 자신을 구해준 오바마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오바마가) 대이란 제재를 했기 때문에, 이슬람국가(IS)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불을 질렀기 때문에?”라고 반문하며 “도대체 무엇에 감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정말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라며 “우리가 38년간 얘기해 온 정치, 경제, 사회, 도덕적으로 타락한 미국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선 “공항에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를 구금하는 짓을 한다”며 “이게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의 실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맞서 미국이 3일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이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이란의 제재 대상 단체 12곳과 개인 13명 중에 중국 기업 2곳과 중국 국적자 3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중국 회사와 개인이 관련돼 있어 미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이란과의 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 기업 2곳의 사례를 소개하며 관련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튜브 등의 물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역업체 닝보신스제(寧波新世界)수출입유한공사 측은 “이란과의 모든 거래는 정상적이었다”며 “(제재를 당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이 긴장하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핵 관련 제재를 발표할 때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동하기 위한 전초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 불법 거래가 아니라도 북한 측과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기업이나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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