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와 최근 전화 통화할 일이 있었다. “교수님, 그런데 블랙리스트에 오르셨던데요?” “젊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봤지, 나야 뭐 유신시대부터 단련이 돼서, 하하하.” 기자도 따라 웃었다.
소설가 김훈 씨는 6일 신간 ‘공터에서’ 간담회에서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의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어릴 적 박정희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에 동원돼 태극기 흔들던 자리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것 아닌가, 어디에 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 이번엔 웃지는 못했다. 아, 어렵다, 어려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