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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주간 17명 증인신문 강행군… ‘방어권 보장’ 명분쌓기

입력 | 2017-02-08 03:00:00

[3월초에 맞춰진 탄핵시계]22일 신문 마무리… 2월말 최종변론




이정미 소장대행 ‘시간과의 싸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7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심판정 좌석에 앉으며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명을 추가 채택한 것은 박 대통령 측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헌재는 이미 한 차례 증인신문을 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도 다시 증인으로 받아줬다.

박 대통령 측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며 공정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 박 대통령 측이 “헌재가 선고를 서두르는 바람에 심리가 불충분했다”고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를 하기 위해 명분을 쌓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추가 증인 신청을 또 할 수 있다”는 자세다. 하지만 헌재가 더 이상 ‘시간 끌기’를 위한 증인 채택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헌재 ‘방어권 최대한 보장’

박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은 지난달 5일 처음 시작돼 약 한 달간 8차례에 걸쳐 1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측 증인 8명을 채택해 22일까지 2주 동안 5차례에 걸쳐 17명의 증인을 추가 신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보다 두 배 가까이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부재로 국정 마비가 계속되고 있는데 헌재가 공정성에 집착하고 있다”며 헌재의 증인 추가 채택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 “추가 채택된 증인들이 기존처럼 불출석할 경우 증인을 취소해 탄핵심판이 무작정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면서 증인 8명을 추가 채택한 것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 집단사퇴 등의 파행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박 대통령 측이 심리 절차나 공정성을 문제 삼아 시간을 끌지 못하게 해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하겠다는 뜻이다. 헌재가 예정대로 9, 14, 16, 20, 22일 5차례에 걸쳐 증인신문을 마무리하면 이달 안에 최종 변론기일을 잡아 심리를 마칠 수 있다. 결정문 작성과 재판관 평의에 2주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3월 10일경 선고가 가능하다.

만약 박 대통령 측이 또다시 증인을 신청하고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집단사퇴 등 극단적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요청한 추가 증인 8명 채택을 ‘방패’ 삼아 “심증을 형성할 만큼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며 박 대통령 대리인단 신규 선임을 기다리지 않고 선고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 박 대통령 측 ‘선고 늦추기’ 총력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증인 신청자 17명 중 8명만 채택된 게 불만스럽다. 변론기일이 22일까지 잡혔는데 돌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22일이 마지막 기일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 등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 46명의 검찰 조서가 탄핵심판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조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더 많은 증인을 헌재 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게 대리인단의 논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최근 대리인단과 자주 접촉하며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인단은 헌재를 설득하기 위해 대법관 출신 등 거물급 변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마지막 증인신문 기일인 22일 이후 헌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헌재가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에게 출석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진다. 만약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 3월 초로 잡힐 경우 ‘8인 재판관 체제’의 데드라인인 3월 13일 이전 선고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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