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현수교 공사 따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를 건설하는 공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터키에서 벌인 ‘수주 한일전’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공사비만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설 연휴에 큰 선물이 전달된 것을 계기로 올해 해외건설 수주도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 기술-네트워크-정부 지원 3박자
‘차나칼레 1915’ 프로젝트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차나칼레 주의 랍세키와 겔리볼루를 연결하는 3.6km 길이의 현수교와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3년 다리가 완공되면 일본 고베(神戶)의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이 프로젝트는 터키 정부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다리 곳곳의 숫자를 보면 터키 정부가 이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터키 정부는 건국 100주년인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이 사업을 기획했다. 주탑 간 거리도 2023m다. 공사 개시일인 올해 3월 18일은 터키 국경일로, 1915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을 물리친 겔리볼루 전투가 시작된 날이다. 주탑 높이 318m도 이를 상징한다.
이번 쾌거는 한국 건설사들의 기술력과 현지 네트워크, 정부 지원의 합작물로 꼽힌다. 대림산업은 국내 최장 이순신대교(1545m)를 설계, 시공한 경험이 있다. SK건설은 유라시아터널, 보스포루스 제3대교 등의 사업에 참여해 터키에서 신망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입찰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을 지원했고, 터키를 방문해 정부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고질병인 해외시장의 출혈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협력을 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번 수주는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일본을 누르고 4년 전 터키 제2원전 당시 패배한 아쉬움을 되갚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이토추(伊藤忠) 종합상사와 건설사 IHI 주축의 컨소시엄을 만들었고, 입찰 마감 약 1주 전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까지 터키로 보내 수주 지원활동을 벌였다.
○ 올해는 수주 절벽 벗어날 듯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유가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해외건설이 오랜 ‘수주절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282억 달러로, 전년(461억 달러)보다 39%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30일까지 15억9400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29억36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수주 텃밭’인 중동과 아시아에서 수주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30일까지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은 4억7400만 달러로 지난해 6500만 달러의 7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520억 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동 플랜트 발주가 73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동에서의 발주 증가가 해외건설 수주 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영 redfoot@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