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 25일 100도 돌파… ‘기부 한파’ 우려 날린 릴레이 온정
광주에서 IT업체를 운영하는 이숙희 대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저금통에는 성금 637만 원과 함께 10년간 각종 기념일에 맞춰 직접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위 사진) 한 50대 어민이 지난달 전남 장흥군 회진면사무소에 전달한 부표 저금통. 지폐와 동전 약 33만 원이 들어 있었다.(아래쪽 사진)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흥군 제공
○ 올겨울에도 ‘십시일반’ 빛났다
지난해 12월 19일 한 50대 남성이 전남 함평군청을 찾았다. 이 남성은 함평군 주민복지실장에게 “어려운 노인들께 내복이라도 사 드리라”며 검정 비닐봉지를 건넸다. 비닐봉지에는 40만5000원이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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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정보기술(IT)업체인 ㈜그린정보시스템의 이숙희 대표(56·여)는 지난해 12월 28일 커다란 돼지저금통을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건넸다. 저금통에는 637만370원이 들어있었다. 이 대표가 10년간 자녀의 입학식, 손주 돌잔치 등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 쓴 편지들도 함께 있었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에게 수표 1억2000여만 원을 건넸다. 그는 2012년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7억2000여만 원을 기부했다. 2012년부터 매년 익명으로 기부한 울산의 ‘키다리 부부’는 49세 동갑내기 소방관으로 밝혀져 화제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 달라며 이번 겨울에도 200만 원을 전달했다.
충북 제천시 청풍초등학교 3학년 강나연 양(9)은 자신이 받은 장학금을 선뜻 기부했다. 제천시 인재육성재단의 ‘꿈나무 장학생’에 선정돼 받은 30만 원이다. 강 양은 지난해 12월 6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낸 편지에 “뉴스에서 ‘기부 한파’라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사람들이 기부할 여유가 없어서 한파가 온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 최순실도 꺾지 못한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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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뒤늦게 기업들이 나서고 개인 기부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은주는 1년 전보다 더 빨리 올랐다. 2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캠페인 64일째인 23일 기준으로 전국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99.7도. 공동모금회는 65일째인 24일 모금액을 감안하면 목표액 달성이 유력해 25일 ‘100도 돌파’ 발표를 준비 중이다. 전년도 캠페인 70일째에 비해 5일 빠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목표 달성 기간이 예년에 비해 짧을 뿐만 아니라 모금 총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온정은 따뜻함을 넘어 뜨거울 정도다. 전남은 사랑의 온도탑이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자치단체 11곳에서는 모금액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을 이미 넘어섰다. 조선업 불황으로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도 1년 전보다 4일 빠른 23일 100도를 넘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장흥=이형주 / 제천=장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