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를 ‘리딩 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24일 밝혔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리딩 금융그룹’이라는 멋진 집으로 복귀하기 위해 열심히 터를 닦고 기초를 다져왔다. 이제 든든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을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치로 표현되는 성과 외에 경영시스템, 금융서비스, 조직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다짐이었다.
통합 증권사 출범에 따른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우선 직면한 과제다. KB증권은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5위로 발돋움했다.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복합점포를 확대하고 공동 영업체계와 평가체계를 구축해나간다는 것이 윤 회장의 구상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지주,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체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종규 회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국내 가계부채 악화 등으로 인해 올해 국내외 경제 환경은 녹록치 않다. 금융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윤 회장은 “현재 은행의 가장 큰 고민은 영업이익 부진으로 이익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강점인 리테일 부문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증권과 시너지를 통해 기업금융, 자산관리서비스 부문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 KB금융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존 은행이 가진 높은 보안성과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바탕으로 ‘심플(Simple·단순함), 스피드(Speedy·속도), 시큐어(Secure·보안)’의 ‘3S’를 모토로 비대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대비하는 과정을 비대면 채널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역량도 강조했다.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금융 컨설팅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 전문가(Financial Adviso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윤 회장은 “‘KB’ 하면 고객의 재산을 지켜주고 불려주는 재산증식의 대명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금 KB금융은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중장거리 레이스의 절반 정도를 지나고 있다. 올해는 더 체력을 다지고 실력을 기르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기로 삼겠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