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쾌남(가명·12)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는 게 일상인 아이었다. 가끔 혼자 벽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며 웃거나 성적인 말을 하는 등 문제행동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쾌남이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섯 명의 가족과 함께 생활했지만 아버지의 잘못으로 가정불화가 일어났고,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다 주민의 신고로 시설에 입소하게 된 것.
시설에 들어온 쾌남이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후 ‘시설아동 치료·재활 지원 사업’을 통해 모래놀이 치료와 음악 치료, 미술 치료를 받게 됐다. 그 결과, 적대감 가득한 눈빛과 부정적인 말이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며, 우울감 해소와 분노 조절도 가능해졌다.
가족연계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현실감을, 1:1 성교육을 통해서는 자제력을 갖게 되었으며, 왼쪽 뺨 전체를 차지하던 혈관종도 치료하여 자신감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K-CBCL(아동/청소년문제행동평가척도) 상으로 임상 점수가 76점에서 63점으로 감소하며, 전체 아동 평균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다.
현재까지 2,888명이 이 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511명의 아동이 최종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종합심리검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심리 치료·재활 프로그램 ▲맞춤형 통합사례관리를 통한 사회적 지지, 학교 만족도, 행복도 측정 ▲아동-가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한 원가족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 강화 등으로 실질적인 심리치료 및 가족관계 형성 효과를 얻었다.
2016년도 사업 대상자인 아이들 중 33.7%가 K-CBCL을 기준으로 임상군에서 정상군으로 변화했다. 미취학 아동(98명)의 문제행동 총점 임상점수가 평균 7.89점 감소했으며, 초등학생(261명)은 평균 5.03점, 중고등학생(152명)은 평균 5.70점이 줄어들었다.
사전·사후 조사로 비교한 자아존중감 역시 미취학 아동이 2.72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초등학생이 1.87점, 중고등학생이 1.24점 올라가며 연령이 낮을수록 치료·재활의 효과가 높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처럼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시설아동 치료·재활 지원사업은 지난 12월 개최된 사업평가회를 통해 가치를 다시금 평가 받았다. 실제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전국 160여 명의 종사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사업평가회에서는 우수 사례 발표와 정보 공유가 실시됐다. 또한 복권기금으로 지원되는 해당 사업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더욱 많은 아동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