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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희 “촌놈… 미생… 그래도 KIA 5선발 꿈”

입력 | 2017-01-24 03:00:00

전국 유일 군 단위 야구부 화순초 출신 홍건희
화순초 때 소년체전 우승 이끌고 고교 화랑기 2위 눈에 띄어 입단
“25세 체력 믿고 도전해 볼게요”




 프로야구 KIA의 홍건희(25·사진)는 자타가 공인하는 ‘촌놈’이다. 그의 고향은 인구 6만 명이 조금 넘는 전남 화순군.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화순초교는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전국에서 유일한 ‘군 단위’ 야구부다.

 하지만 홍건희는 초교 6학년이던 2004년 전국소년체전에서 서울 역삼초교를 꺾고 우승하는 ‘촌놈들의 반란’을 이끌었다. 야구 좀 했던 동네 친구들은 하나둘 대도시나 야구 명문 학교로 전학을 가 사실상 ‘오합지졸’이었던 화순고 야구부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반란’을 일으켰다. 2009년 화랑기 대회에서 시속 140km가 넘는 묵직한 공을 던지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홍건희는 2011년 ‘연고팀’ KIA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첫 시즌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상무를 다녀온 뒤 프로 입단 5년 차인 2015년에서야 제대로 공을 던질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효과를 봐 최고 구속도 150km까지 올랐다. 덕분에 지난 시즌 홍건희는 9차례 선발 등판의 기회를 받으며 5선발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이번 비시즌 기간 광주챔피언스파크에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었다. “올해는 로테이션에 제 자리 하나 만들고 싶어요. 전 지금 한창때라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물론 아직 선발 한 자리를 믿고 맡기기에는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안다. “이대진 코치님이 항상 ‘미생’이라고 하세요. 완생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요.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제가 할 것만 하자’는 마음이에요. 잘할 자신도 있고요.”

 홍건희는 지난 시즌 7월 말 가슴근육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기 전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번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에 특별히 더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평상시 전혀 안 아팠던 부위여서 더 당황했어요.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파워 웨이트트레이닝과 밸런스 훈련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마흔까지는 야구를 하고 싶어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임정우(LG), 심창민(삼성) 등 프로 입단 동기들은 하나둘씩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홍건희에게는 지난 프리미어 12 대회 상비군으로 뛰면서 받은 게 태극마크가 박힌 유일한 유니폼이다. “신인 때는 동기들이 대표팀 가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저도 언젠간 개막전 선발 하고, 대표팀 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홍건희는 최근 생애 처음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촌놈의 우물 탈출이라고 할까. 프랑스 파리에서 더 큰 세상을 느꼈다. “사람들이 왜 ‘파리, 파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파리의 야경과 에펠탑이 정말 멋졌어요. 화가 모네도 느끼고 왔어요.” 올 시즌엔 더 큰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홍건희는 23일 양현종, 심동섭 등 선배들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미리 컨디션을 조절해 2월 1일 시작되는 본훈련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