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군 단위 야구부 화순초 출신 홍건희 화순초 때 소년체전 우승 이끌고 고교 화랑기 2위 눈에 띄어 입단 “25세 체력 믿고 도전해 볼게요”
하지만 홍건희는 초교 6학년이던 2004년 전국소년체전에서 서울 역삼초교를 꺾고 우승하는 ‘촌놈들의 반란’을 이끌었다. 야구 좀 했던 동네 친구들은 하나둘 대도시나 야구 명문 학교로 전학을 가 사실상 ‘오합지졸’이었던 화순고 야구부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반란’을 일으켰다. 2009년 화랑기 대회에서 시속 140km가 넘는 묵직한 공을 던지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홍건희는 2011년 ‘연고팀’ KIA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첫 시즌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상무를 다녀온 뒤 프로 입단 5년 차인 2015년에서야 제대로 공을 던질 기회를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효과를 봐 최고 구속도 150km까지 올랐다. 덕분에 지난 시즌 홍건희는 9차례 선발 등판의 기회를 받으며 5선발의 가능성을 보였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 7월 말 가슴근육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기 전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번 겨울 웨이트트레이닝에 특별히 더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평상시 전혀 안 아팠던 부위여서 더 당황했어요.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파워 웨이트트레이닝과 밸런스 훈련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마흔까지는 야구를 하고 싶어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임정우(LG), 심창민(삼성) 등 프로 입단 동기들은 하나둘씩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홍건희에게는 지난 프리미어 12 대회 상비군으로 뛰면서 받은 게 태극마크가 박힌 유일한 유니폼이다. “신인 때는 동기들이 대표팀 가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저도 언젠간 개막전 선발 하고, 대표팀 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홍건희는 최근 생애 처음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촌놈의 우물 탈출이라고 할까. 프랑스 파리에서 더 큰 세상을 느꼈다. “사람들이 왜 ‘파리, 파리’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파리의 야경과 에펠탑이 정말 멋졌어요. 화가 모네도 느끼고 왔어요.” 올 시즌엔 더 큰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홍건희는 23일 양현종, 심동섭 등 선배들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미리 컨디션을 조절해 2월 1일 시작되는 본훈련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