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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차기 회장에 조용병 내정

입력 | 2017-01-20 03:00:00

“글로벌 진출-디지털 금융에 역점”… 직원과 격의 없어 ‘엉클 조’ 별명
3월 주총서 정식 임명… 임기 3년
후임 신한은행장엔 위성호 거론




 조용병 신한은행장(60)이 총자산 489조 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낙하산 인사’ 논란과 내부 갈등으로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국내 금융권에 신한금융이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고 경선을 통해 차기 회장을 뽑는 선진적인 승계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우 현 회장(69)보다 9년 젊은 조 내정자가 차기 수장에 발탁되면서 신한금융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역동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9일 차기 회장 후보로 조 행장을 단독 추대했다. 최종 후보는 2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임명된다. 임기는 3년이며 재임이 가능하다.

 신한금융의 승계 과정은 민주적 절차와 성과에 따라 차기 리더를 뽑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날 이상경 신한금융 회추위원장은 “2011년부터 꾸준히 후보 리스트를 두고 살폈다”며 “조 행장이 회장에게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춰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로 뽑았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은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대립으로 이른바 ‘신한 사태’라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런 경영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한 회장은 2011년 주주와 금융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추위를 만들었다. 이사회 대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승계 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구성된 회추위도 한 회장의 약속처럼 ‘물 흐르듯 조용히 진행’됐다. 신한금융은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기 위해 차기 리더의 조건을 구체화한 경영리더상(像)도 만들었다. 승계 시스템이 자리를 잡자 후계 선정 과정에서 알력을 빚던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와 함께 회장 후보에 올라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이날 회추위 면접 과정에서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차기 회장을 돕겠다”며 사퇴했다. 신한금융은 조만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공석이 되는 신한은행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후임 행장에는 막판에 사퇴한 위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 내정자는 이날 회추위 면접을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금융환경 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금융에 중점을 두겠다”며 “신한금융의 미래를 위해 강력한 ‘신한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나온 그는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인사·기획부장,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등 ‘신한 엘리트’ 코스를 밟고 2015년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소탈한 성격에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엉클 조’란 별명을 얻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0번 넘게 완주하고 편한 자리에서는 사발로 폭탄주를 돌리는 애주가이기도 하다. 스스로 “용병처럼 일한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업무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내정자는 행장이 된 첫해부터 순이익 1조 원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신한금융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금융권 최초로 재택근무, 자율 출퇴근 등을 포함한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했다.

김성모 mo@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