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핵합의 뒤집으면 중동 정세 긴장고조 불보듯 ‘이-팔 2국가 공존’ 정책도 흔들… 멕시코와는 국경장벽 싸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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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이란 이스라엘 멕시코가 ‘3대 핫스폿(hot spot·분쟁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며 현상 타파를 꾀할 기세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 관계가 장기적인 재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3국 문제는 언제라도 분쟁으로 비화돼 지역과 국제정세를 급격한 불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뜨거운 핫스폿은 이란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꼽히는 이란 핵 합의가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판하며 취임 후 재협상을 공언해 왔다. 반면 이란은 핵 합의가 미국과 이란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중국까지 개입해 성사된 만큼 트럼프 한 명 때문에 재협상할 순 없다고 강조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에 따른 제재 해제 1주년을 맞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재협상을 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셔츠를 목화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공허한 얘기’라고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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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이란 못지않게 불안하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유대인들의 마음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감안해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설치한 전략을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사관 이전은 이-팔 간 무력충돌 억제와 공존을 지향하는 ‘2국가 해법’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이-팔 갈등이 심해지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아랍 국가들에 예루살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와 더불어 ‘3대 성지’이며,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내정자와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별대표 등 트럼프의 이스라엘 정책 라인도 불안 요소다. 정통 유대교인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같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인접국인 멕시코의 경우 국경 장벽 설치와 국경세 부과가 ‘뜨거운 감자’다. 이를 통해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트럼프의 핵심 정책이다. 트럼프는 당선 뒤에도 이 조치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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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카이로=조동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