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식강요 ‘악기바리’ 악습 근절안돼, 피해자가 가해자로… 대물림 심각 인권위, 외부 참여 조직진단 권고
“오목을 둬서 내가 이기면 너는 초코바를 4개씩 먹자.”
2015년 9월. 한 해병대원이 후임병인 A 씨(21·당시 이등병)에게 제안했다. 말이 제안이지 군기 센 해병대에서 선임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명절 위문품으로 초코바가 1인당 60개씩 지급된 상태였다. A 씨는 선임병과의 내기 과정에서 이틀간 초코바 180개를 먹었다. A 씨가 이런 고문을 당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엄청난 양의 음식물 앞에서 늘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쳐야 했고 남기려고 하면 욕설을 들었다. 입대 때 61kg이었던 A 씨의 몸무게는 81kg까지 불어났다.
해병대의 대표적인 악습인 ‘취식 강요’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많은 양의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관행이다. 해병대원들 사이에서는 ‘악기바리’라고 불린다. 문제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면서 악습을 대물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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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6∼9월 해병부대 2곳에서 접수된 가혹행위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는 A 씨 외에도 후임들에게 빵을 한 번에 10개씩 먹도록 한 C 씨(22)도 적발했다. 해당 부대의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 A 씨의 부대는 사건의 원인을 “군 기강 해이”로 판단하고 장병들을 대상으로 구보와 총검술 등을 연마하는 ‘100일 작전’을 벌였다. 인권위는 “군 내부의 자체적 개선방식은 한계가 있어 국방연구원 등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조직진단 실시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