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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배우-관객-스태프 1인3역… 생각의 힘 자라죠”

입력 | 2017-01-16 03:00:00

어린이 연극 ‘신문지 나무’ 공연 김대환 대표




1991년부터 어린이 연극을 만들어 온 김대환 킴스컴퍼니 대표. 그는 관객인 어린이가 연극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무대 제작부터 연기까지 어린이를 참여시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어린이들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신문지를 돌돌 말고는 그것을 ‘나뭇가지’라고 불렀다. 가위로 신문 나뭇가지 위를 듬성듬성 자르니 가지에 나뭇잎이 피었다. 아이들은 이 나뭇가지를 들고 무대로 향해 무대에 서 있던 커다란 신문지 나무에 하나씩 꽂았다. 단순한 어린이 체험 교육이 아니었다. 신문으로 나뭇가지를 만든 것도, 무대에 나가 신문지 나무를 세우는 것도 모두 연극의 일부였다.

 이 연극의 이름은 ‘신문지 나무’. 도로를 넓히기 위해 길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베었다가 다시 세우는 과정을 그린 어린이 연극이다. 어린이가 배우, 스태프, 관객 등 1인 3역이 돼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깨닫는 독특한 구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연말에 공연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이달부터 오픈 런(끝나는 날을 정하지 않고 진행하는 공연)으로 공연을 다시 시작했다. 이 연극을 기획한 김대환 킴스컴퍼니 대표(57)를 12일 서울 종로구 낙산길 그의 연극 연습장에서 만났다.

 가장 먼저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이, 관객이 무대 소품을 만들고 배우로 참여하는 이 공연의 형태를 ‘연극’으로 부를 수 있는지” 물었다. 김 대표는 웃으며 “당연히 연극”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연극에 대해 매우 엄격합니다. 하지만 연극의 뿌리는 결국 사람이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애초에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었고 중요한 건 메시지였죠. 어린이 연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극의 원형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것입니다.”

 그는 한국 어린이 연극 기획의 1세대다. 서울예술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배우, 무용수로 일하다 1991년부터 극단 ‘손가락’에서 어린이 연극을 연출했다. 김 대표는 “학생 때도, 성인이 돼서도 미래에 어떤 일을 하며 살지 별 고민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라며 “그런데 이상하게 연극 연출은 처음 접하는 분야였는데도 재미가 있어 밤을 새워 가며 일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50여 편의 어린이 연극을 만들었다.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관객인 어린이를 무대의 한 요소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창작자와 관객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는 수단이 예술이라면 어린이 연극도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6년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자’, 2009년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각색한 ‘누가 옳은지 말해 봐’ 등에서 그는 어린이 관객을 배우로 무대에 올리는 실험을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행동하고 느껴야 무언가를 배웁니다. 가만히 앉혀 놓고 교육해 봤자 그 정보는 머리에만 머물다 사라져요.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지, 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지 연극으로 체험해야 그 정보가 가슴까지 내려갑니다.”

 신문지 나무도 이런 의도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나무가 베어 쓰러질 때 울었고 이를 다시 일으키며 웃었다. 김 대표는 소품으로 쓰인 나무는 비록 신문지로 만든 가짜라 해도 아이들의 가슴엔 자연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의 씨앗이 자리 잡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도 계속 어린이 연극을 만들 겁니다. 어린이들이 제 공연을 통해 느리지만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머리보다 가슴이, 입보다 귀가 뜨인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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