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 조기진단이 중요
지난해 말 어머니(56)에게 건강검진을 시켜준 한모 씨(31)는 어머니의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왔다는 말에 재검진을 요청했다. 결과는 만성 신부전(콩팥병)이었다. 식이요법에 실패하면 평생 혈액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한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만성 콩팥병은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탓에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는 질환이다. 신장에 붙어 있는 혈관 꽈리인 사구체의 여과율에 따라 1∼5기로 나뉜다. 신장 기능이 정상의 10% 이하로 떨어진 5기(말기) 환자는 콩팥을 이식받거나 투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콩팥은 혈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의 71.3%는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고 골절 위험도 높다.
콩팥병은 조기 진단이 필수다. 혈액투석을 받을 정도로 콩팥병이 심해지면 신체적 정신적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진료비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손현순 차의과대 약학대학 교수팀이 2002∼2013년 만성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를 분석해보니 1명당 연간 진료비는 2002년 1440만 원에서 2013년 2573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혈액투석 환자의 40.2%가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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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령자의 증가와 함께 급격히 늘고 있다. 2008년 8만3000명이던 만성 콩팥병 환자는 7년 만인 2015년 배가 넘는 17만2000명으로 증가해 모든 만성질환 중 환자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진료비는 2015년 기준 1조5671억 원으로, 전체 질환 중 고혈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3%에 해당한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환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표본 조사에 따르면 성인 9명 중 1명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2014년 인구에 대입하면 427만 명이다. 하지만 그해에 만성 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5만8000명(3.7%)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선 만성 콩팥병을 미리 잡아낼 수 있도록 당뇨병 환자나 고령자 등 취약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만성 콩팥병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질환이 말기에 이르는 것을 예방해야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도 줄어든다는 취지다. 김성남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약 22%는 의료급여 수급자인데, 이들에게 적용되는 수가는 14만6120원으로 원가(15만6000원)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