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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무장단체 석달간 억류 한국인 선장 귀국

입력 | 2017-01-16 03:00:00

작년 10월 보르네오 섬 해상서 피랍… 필리핀 선원 1명과 지난 14일 석방




 말레이시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한국인 선장 박모 씨가 15일 한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지난해 10월 납치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이날 “14일 풀려난 박 씨가 선사 관계자 등과 함께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며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지만 조만간 정밀 검진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 화물선 동방자이언트호(1만1391t급) 선장인 박 씨는 지난해 10월 20일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남동쪽 8마일(약 12.9km) 인근 해상을 지나던 중 납치됐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아부사야프 소속 무장괴한 10여 명은 배를 습격해 박 선장과 필리핀 선원 1명을 인질로 잡았다. 습격 당시 이 배에는 다른 선원 18명(한국 국적 3명, 필리핀 국적 15명)도 타고 있었지만 대피시설(시타델)로 피신해 납치를 모면했고 괴한이 배를 떠난 뒤 항해를 재개해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부사야프는 박 선장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 홀로(Jolo) 섬으로 옮겨 억류해왔다. 선사와 가족을 상대로 몸값을 요구하며 박 선장을 해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억류 기간에 수시로 통화가 이뤄져 박 선장의 안전은 확인됐다. 다만 선장의 안전을 우려한 가족들의 당부와 협상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국내 언론은 이 사건의 보도를 자제해왔다.

 정부는 사건 발생 당일 외교부에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반도 꾸렸다. 필리핀 정부도 조기 해결을 다짐했으나 민다나오 지역은 아부사야프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협상이 속도를 내지는 못했다.

 선사가 중심이 돼 이뤄지던 협상은 올해 들어 아부사야프 측에서 요구 조건을 낮추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달 5일을 전후로 협상이 진전되기 시작했으며 이날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박 선장은 14일 오전 10시 40분 석방됐고 같이 억류됐던 필리핀 선원도 풀려났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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