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 속 문화행정 총체적 공백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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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국공립 예술단체장 인선 작업 등 문화행정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문화예술계는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인사권을 행사하기 전에 퇴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문체부는 송수근 1차관, 유동훈 2차관에 이어 예술정책 책임자인 우상일 예술정책관까지 연루돼 있어 문화행정이 시계제로인 상태다.》
국공립 예술단체장과 감독 인선이 늦어지자 각 예술단체는 연간 공연계획 발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국공립 예술단체는 국립극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발레단, 국립극단, 국립국악원 소속 무용단과 창작악단 등 총 6개다.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은 11일 “1, 2월에 임기가 끝나는 예술단체장 인사를 신속히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단체별 수장의 연임 및 교체 여부 결정에 대해선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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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안호상 극장장의 임기가 끝나는 국립극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의 공모에 26명이 응모해 현재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라간 상태다. 한 문화계 인사는 “최종 후보가 올라간 지 꽤 오래돼 공공연히 3명 후보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라며 “조 장관이 법적으론 임명권을 가지지만 문화예술계 반발이 거셀 게 불 보듯 뻔해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고 했다.
다음 달 2일 강수진 예술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국립발레단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 달 반가량 늦어진 16일 올해 공연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 측은 “예술감독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레퍼토리 발표가 늦어졌다”며 “3월 첫 공연을 앞두고 더 이상 티켓 오픈 시기를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예술감독이 공석인 국립국악원 산하 무용단과 창작악단, 개관 1년이 넘도록 방선규 직무대리 체제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립국악원은 앞서 한 차례 예술감독 공모 과정을 거쳤으나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이 나 재공모를 치렀다. 현재 2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했지만 문체부에 명단을 넘기지 못한 상태다.
문화계 인사들은 정부가 국공립 예술기관·단체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문체부 산하 국공립 기관장은 일부 공모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왔다. 실제 예술기관장 인사는 잡음의 연속이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사조직이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고학찬 당시 윤당아트홀 관장이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에 임명될 때부터 문화계의 ‘코드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2015년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낙하산 논란을 겪은 후 임명 한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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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kimje@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