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1명 행사 맡았던 80대… e메일 ‘해고’ 통보에 “실연의 아픔”
브로트먼은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34대) 취임식 때부터 2013년 재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총 11명의 대통령 취임식 진행을 도맡은 베테랑이다. 브로트먼은 지난주 인수위 측으로부터 ‘귀하가 워싱턴의 상징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사람이 진행을 맡을 것입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예년처럼 대통령 취임식 진행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그는 “메일을 받고 마음이 무너졌다. 마치 실연을 당한 것 같았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후임으로 지명된 사람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스티브 레이(59)다. 트럼프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도맡았던 그의 충성심이 이번 ‘깜짝 발탁’의 배경일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레이는 “브로트먼은 전설이다. 난 그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그저 후임이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레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브로트먼을 ‘명예 아나운서’로 칭하며 취임식 현장의 VIP석에 모시기로 했다. 브로트먼은 “나는 새 진행자 레이가 잘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시 찰리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을 듣고 싶진 않다”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VIP석에서 새 대통령을 맞게 될까? 그는 “아직 참석할지 말지도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