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파도 휩싸인 한국 외교]日 ‘소녀상 철거’ 공개 압박
부산 소녀상 앞 ‘북적’ 8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학생들이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소녀상 설치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시민들은 소녀상에 목도리와 핫팩을 놓고 가는 등 관심을 보였다. 부산=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부산 소녀상의 처리와 관련해서 외교부는 “외교 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禮讓·예의를 지킨 공손한 태도) 및 관행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시민단체 등 당사자가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종래 원칙을 재확인했다.
광고 로드중
대미 외교와 관련해 외교관들은 주한 미국 대사 후임자 인선이 늦어져 공석이 되더라도 한미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 소식통은 “마크 리퍼트 대사를 포함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특임공관장(political appointee)들은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를 비워 주는 게 미국의 관행”이라며 “대사가 떠나도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미 국무부에서 대사관 차석(DCM·Deputy Chief of Mission)을 비중 있게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한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거시동향 자체는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반도를 흔드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속내는 간단치 않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해 내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 도전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장기 집권 의지를 표명했다. 장기 집권과 평화헌법 개헌으로 가려는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외교 성과물’이 뒤집혀 보수층이 이탈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 내 반일 여론을 자극할 것임을 알고도 강행한 소녀상 보복 조치가 일시적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광고 로드중
최근 박 대통령 탄핵 파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과 관련해 추진하고 싶은 이슈들을 차기 대통령 취임 초부터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 카드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명확한 국가 목표와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미국과 일본, 중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