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적발 쉽지 않아 골머리
일반 주택과 똑같은 신축 ’근생 빌라’ 내부.
이처럼 가격이 낮은 이유는 이 빌라 2층이 건축물대장에는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인 ‘학원용’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층과 똑같은 구조의 주택 4채로 나뉘어 있다. 한 씨는 “한정된 자금으로 곧 태어날 아기까지 세 가족이 함께 살 만한 크기의 집을 서울에서 구하려면 일반 주택으로는 어렵다”며 “위법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공인중개사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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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생 빌라는 건축주 입장에서도 득이 된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다세대주택을 지을 때는 65∼75m²당 1대의 주차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빌라로 치면 한 채당 1대꼴이다. 하지만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200m²당 1대인 데다 용적률 계산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주차장 면적으로 높은 층을 올릴 수 있다. 한 빌라 건축주는 “외관상 일반 빌라인데 건축물대장에 상가 시설이 포함된 경우 100% 근생 빌라로 분양하기 위해 사용승인을 받은 뒤 일반 주택으로 개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적발될 때다. 자치구는 근린생활시설의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하면 즉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치구는 시세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위반사항이 시정될 때까지 최다 연 2회 부과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주거용으로 분양받거나 임차한 거주자로서는 사실상 더 머물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근생 빌라 주거인은 공동주차장 사용 권한도 없다. 이용 자체가 타인의 재산권 침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관상 개조 여부를 쉽게 알 수 없어 적발이 쉽지 않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사용승인 이후 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서 무단 용도변경을 적발해야 하지만 실내에까지 들어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건축주는 “적발 시 이행강제금을 5년간 보장해 주겠다”며 매입자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서울시 한 해 건축물 무단 용도변경 적발 건수는 700건(2015년)이 넘지만 대부분 소규모 빌라가 아닌 대형 건축물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