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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메이데이(MayDay)’

입력 | 2017-01-09 03:00:00

영국 총리 취임 6개월 됐지만 브렉시트 로드맵 마련 못 해
국내 주요 정책도 ‘우유부단’… “제2 대처 아니다” 비판 고조




  ‘테리사 메이는 제2의 마거릿 대처가 아니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직후 영국 총리에 취임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안정시킬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테리사 메이(61·사진)가 위기에 빠졌다. 이달 13일 취임 6개월을 맞이하지만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된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고 국내 주요 정책에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8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최근 영국 안팎에서는 메이의 국정 운영을 두고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영국이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총리로서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보여주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메이의 이런 문제점을 ‘테리사 메이비(maybe·애매모호하다는 의미)’로 표현하며, 총리가 국정 운영 방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지만 메이는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반대했거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EU 잔류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민 절반 정도가 여전히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고, 공무원들도 다수는 ‘브렉시트 결정이 실수였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고위 관계자 중 하나였던 아이번 로저스 EU본부 주재 영국대사는 3일 사임하면서 “영국 정부는 명확한 브렉시트 계획이 없다”며 메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국내 문제에서도 메이는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메이는 취임 초 사회 계층 간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만연한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6개월간 메이는 ‘개혁 드라이브’는커녕 논란이 일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도 런던의 국제공항인 히스로 공항의 활주로 신설과 영국 남서부 힝클리포인트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같이 찬반 논쟁이 있는 정책사업의 처음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갈등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의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전 총리도 취임 초에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며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메이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며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