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미국의 관심은 韓 아닌 中
워싱턴 외교안보 당국자 말이다. “북핵 브리핑은 간단한 현황 보고였다. ‘딥(deep) 브리핑’을 받고 싶어도 인수위 차원에서는 힘들다. 안보보좌관 내정자(마이클 플린)도 지금 워싱턴에 없다. 트럼프는 관심 있는 문제를 트위터에 올려 여론 동향을 살핀다. 이번 일도 그 연장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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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늘 뒷전이다. 워싱턴에선 한국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미 외교 당국자들은 “미국이 한반도 관련 메시지를 던질 때 관객은 항상 중국이다. 북핵도 미중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 이번 트럼프의 언급도 북보다는 중국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고 했다.
중국이 자기네 안보에 전혀 위해요소가 되지 않는 ‘사드 반대’ 억지를 부리며 시비를 거는 것도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의 남남분열을 통해 미국에 맞서겠다는 우회 전략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조중(朝中·북한과 중국)상호방위조약이 엄연히 대치하고 있는 실질적 전쟁 상태인 한반도에서 우리는 국제법상 안보 면에서 중국과 같은 편이 될 수 없다. 미일 동맹을 축으로 중-러를 상대하는 일본을 잘 봐야 한다.
“사드 반대 용납 못 한다”는 엄포를 듣고도 역대 최고위급 중국 인사를 만났다고 환호작약하는 제1야당 의원들이나 “트럼프도 만나고 왕이(王毅)도 만날 수 있다”는 그 당 원내대표의 인식은 국제질서에 대한 무지를 넘어 매국적인 인식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균형자론’ 망령의 재림(再臨)으로 읽힌다.
박근혜 정부도 전략적 혼란을 겪었다.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바라본 워싱턴의 충격 파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 외교부 수장이 윤병세 장관이다. 그가 과연 숨 막히는 외교 전쟁터의 새판을 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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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능력도 없으면서 균형자가 될 수는 없다. 작금의 우리 모습은 식물정권의 양팔을 중국이, 몸통과 두 다리를 미일이 끌고 북한 김정은이 쇠망치로 머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기네 나라 외교부장과 나란히 웃으며 선 한국의 국회의원들을 선전하며 “거 봐라, 한국도 사드를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중국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한국을 이간질시키고 한미 동맹에서 한국을 떼어 내려는 그들에 속으면 안 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