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에 대한 과학적 변명
새해에는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사람들로 가득 차지만 며칠만 지나도 다시 한산해지는 경우가 많다. 습관을 쉽게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 변명1: “내 잘못이 아냐. 계획 자체가 잘못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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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허먼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것을 ‘잘못된 희망 증후군(The False-Hope Syndrome)’이라고 불렀다. 새해 결심 같은 중장기 목표 수립에는 자기 과시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능력을 벗어난 비현실적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는 “비현실적 목표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자존감을 낮추는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변명2: “이 죽일 놈의 습관, 뇌 때문이야∼”
한 번 몸에 밴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뇌가 과거 경험에 의존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 흡연, 음주의 즐거움을 뇌는 잊지 못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지난해 2월 뇌는 스스로 과거의 보상을 떠올리며 나쁜 습관을 유지하려 한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 20명에게 빨간색과 초록색 사물을 보여주고 빨간색 사물을 선택했을 때 5배 많은 보상금을 주는 실험을 했다. 다음 날 연구진은 두 사물을 다시 보여주며 참가자들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관찰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보상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빨간색 사물을 봤을 때 참가자들의 뇌 부위에 보상 관련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가 활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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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습관이 들면 그 행동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역시 뇌다. 뇌의 기저핵(대뇌 속질 중앙의 신경 세포체 집단)엔 어떤 행동에 대해 ‘그만’ 혹은 ‘계속’의 신호를 보내는 두 가지 신경회로가 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레버를 당기면 사탕이 나오는 기계를 통해 쥐에게 레버를 당기는 습관을 유도했다. 레버를 당겨도 사탕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왔을 때 습관이 들지 않은 쥐는 ‘그만 회로’가 활성화되며 행동을 멈췄다. 반면 습관이 든 쥐는 ‘계속 회로’가 활성화되며 사탕이 없어도 끊임없이 레버를 당겼다.
○ 변명3: “의지를 키우는데도 시간이 필요해”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습관을 들이려 해도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의지’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아 조절이 어려운 것으로 취급받던 ‘의지력’도 물리적인 힘처럼 훈련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선수가 꾸준한 연습으로 근육을 기르듯 사람의 의지력도 자기 암시와 반복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의지력의 재발견’에서 “목표와 실행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좋고, 돌발 상황에도 여유롭게 대처할 시간까지 염두에 두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이라도 △현실적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나쁜 습관을 통제하며 △의지력을 길러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염지현 ginny@donga.com·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