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측은 박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국회 소추위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사항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한 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대리인은 “탄핵소추 사유가 사실인지 입증되지 않았다”며 법 위반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헬스트레이너로 이날 유일하게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오전 8시 반경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만난 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관저에서 집무를 봤다”며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아직도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제출하라는 헌재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나는)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해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헌재에 출석해야 할 피청구인과 주요 증인은 여전히 출석을 거부하거나 잠적 중이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친 헌재의 출석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비서관은 아예 잠적해 출석요구서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증인 채택을 취소하지 않으면 탄핵심판 일정이 줄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브라질 의회에서 탄핵을 당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리자 박 대통령과 달리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든 증인이든 합법적 권리인 불출석,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국정을 마비시킨 전대미문의 사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박 대통령과 이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은 진실을 밝혀야 할 정치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