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 청와대 검찰 국가정보원의 개혁 방안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기는 한편 검찰권력 제어를 위해 일반 수사권은 경찰로 넘기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은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해 정치개입과 사찰의 빌미가 된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국내 대공수사 기능은 경찰 안보수사국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대선 공약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 청사를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방침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제의한 것이다. 국정원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한다는 것도 2003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제안이다. 대통령 일정 24시간 공개와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조정하는 등 새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재탕이다.
문제는 방안이 아니라 실행이다. 수사와 기소권 분리, 공수처 신설은 문 전 대표가 노무현 정권의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때부터 추진했던 것인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추진 중’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찰의 저항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정권이 검찰과 타협한 측면도 없지 않다. 국정원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처럼 개편하는 것도 한국은 분단국가의 특수성이 있어 해외와 국내 정보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 공간을 먼저 조정해보지도 않고 대통령 집무 청사를 옮긴다는 발상도 성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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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적폐는 잘못된 제도 탓도 있지만 친박(친박근혜)이든 친노(친노무현)든 집권세력이 패권주의로 뭉쳐 권력기관을 농단했기 때문이다. 친문 진영에 패권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한, 아무리 좋은 개혁 방안도 또 다른 독단이 될 수 있음을 문 전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