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미 공화당 외교의 핵심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 유라시아 강대국들 간의 세력 균형을 통해 미국이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세계 질서와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다. 즉 미중, 미-러 관계가 중-러 관계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라시아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세계평화는 세력 균형 정책으로 관리하고, 해군력 증강과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초강대국이 강대국 중시 외교를 추진할 경우, 작은 나라들의 이익이 적절히 고려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우리는 트럼프 외교에서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표적 친러 성향 인사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했는데, 그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고 분권화하는 대신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이다.
긍정적 측면은 미-러 관계가 긴밀해지면 북한 문제에 대한 중-러 간 공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중국 혼자 막아내기는 어렵다. 중국이 그러한 역할을 떠맡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북한 문제가 미-러 간 또는 미중 간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서, 한국은 유라시아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 변화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한-러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