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중구 동호로(신당동) 인근의 골목에는 6명이 앉으면 만석이 되는 작은 식당이 있다. 식당 메뉴에는 파스타나 고로케 등 평범해 보이는 음식도 있지만 이곳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요리를 판다. 식재료에 곤충을 활용한 '곤충 음식'이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 메뉴를 요리하는 '빠삐용의 키친' 셰프 박주헌 씨(28)는 이 요리에 매료돼 지난해 특급호텔 주방까지 박차고 나왔다.
'곤충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야시장 등에서 보는 음식이다. 박 씨는 "처음 식당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음식에서 '곤충이 보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곤충이 아닌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요리에 활용합니다. 요리에 곤충이 보이는 건 전혀 아니죠. 야채에서 비타민을 정제해서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후 가루 대신 단백질 추출물을 쓰기로 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마음먹은 맛과 식감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그는 여전히 메뉴 개발 때문에 잠을 줄이고 있다. 지금 연구 중인 요리는 한식 메뉴인 비빔밥이다. 덕분에 작은 요리점 주방은 새벽 두세 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많다.
왜 호텔 요리사를 그만 두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젊은 혈기'였다.
"대학 때 존경했던 은사이신 교수님이 곤충식을 연구하신다고 하셔서 저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큰 조직에 속해서 계속 일하는 것보다 많이 배우고 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짜로 배우고 클 수 없잖아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고요. 무조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박 씨는 그렇게 직원 여덟 명이 꾸려가고 있는 곤충식 연구 회사 '케일(KEIL)'에 합류했고 그 중 파일럿 숍 개념으로 오픈한 '빠삐용의 키친' 대표 셰프를 맡게 됐다. 후회는 없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직 후회 할 틈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식용 곤충을 '아이'라고 불렀다. 젊은 사람들이 소중하게 아끼는 반려동물이나 물건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기아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곤충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식으로 각광받고 있잖아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입니다. 기근 국가에 가 볼 생각이 있냐고요? 저희 회사 사람들 모두 기회만 생기면 조끼 입고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걸요."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