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박사’ 김종대 교수 사람과 관계 맺는 富-풍어 상징… 뿔 달린 이미지는 日 요괴의 잔재
책 ‘도깨비, 잃어버린 우리의 신’(인문서원)을 최근 낸 김종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9·사진)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해도부터 전남 신안군을 거쳐 경남 통영시 욕지도까지, 서해안과 남해안 어촌 전반에서 이 같은 ‘산망(山望)’ 풍속이 확인된다”며 “도깨비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재물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근 TV 드라마로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는 도깨비지만 정작 전통문화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잘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에게 익숙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돌아온 혹부리 영감 얘기는 일제강점기 당시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리며 전파된 일본의 민담이다. 뿔 달리고 철퇴를 든 외양도 일본의 전통 요괴인 ‘오니(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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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도깨비는 산 고개, 덤불이 우거진 숲에 살며 해가 지고 어둑어둑하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 나타나 사람을 홀리기도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는 대가로 부(富)를 주는 존재다. 바다에서는 풍어를 가져다주고 뱃길을 인도해준다. 도깨비가 나타난 터에 묘를 쓰면 후손이 부귀를 얻는 명당이 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소싯적 도깨비를 만났다거나 도깨비불을 봤다는 노인들이 동네마다 드물지 않게 있었다. 김 교수는 전통적 도깨비의 모습에 관해 “덩치가 좋고, 잘생겼다고 한다”며 “털이 많고 냄새가 나고, 더러 패랭이를 쓰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도깨비는 씨름, 술, 메밀묵을 좋아한다고 한다.
도깨비 이야기는 현대에도 계속된다. 김 교수가 1991년에 강원 화천군 하남면에서 한 청년의 아버지에게서 채록한 애기다. 청년이 읍내에서 술을 먹고 늦게까지 집에 오지 않아 찾아보니 큰 바윗덩어리를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떤 젊은 사람이 ‘씨름 한판하자’고 했다”는 것.
도깨비 신앙이 계속 이어지는 곳도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 하저마을을 비롯해 바지락을 공동으로 캐는 어촌 등에서는 지금도 도깨비 고사를 지낸다. 1, 2월경 도깨비에 관한 본격 연구서를 다시 펴낼 예정이라는 김 교수는 “도깨비가 때로 역신(疫神)으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조선시대 귀신의 속성이 부가되면서 생긴 것으로 도깨비의 본래적 속성이 아니다”라며 “도깨비는 과거 당대 민중이 부귀와 장수를 빌었던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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