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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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친박근혜)계 ‘맏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친박계를 정조준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청산’ 압박과 관련, “대충 봐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기준”이라면서 맹비난했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은 이날 장문의 입장 자료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분열과 배제를 통해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인적 쇄신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방식과 형식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며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이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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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선 “최순실사태로 정부와 여당이 풍비박산이 났다. 청와대 안방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여당의 최고 ‘맏형’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무엇이 당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다음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청산’에 대한 서청원 의원의 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2017년 새해를 맞아,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해의 어둠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시간이 되길 동지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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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오래 정치한 저로서도 너무 감당하기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새해 인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복잡할수록 진솔하게 말씀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오랜 정치에서 배운 교훈이기에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부디 이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먼저 국민과 동지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순실사태’로 정부와 여당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청와대 안방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여당의 최고 ‘맏형’으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합니다.
어떻게 책임질지 고민했습니다. 우선, 당을 수습하고 국정혼란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중진의원의 여론을 수렴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모시는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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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비롯해 남은 사람들은 자책감과 배신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임감을 갖고 보수 지지층에 새로운 희망을 주기위해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위기의 당을 구하기 위해 희생적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가 탈당파가 추천했던 ‘인명진 비대위원장’카드였습니다.
인 비대위원장을 모실 때 당내에 반대도 많았습니다. 우리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분’이라는 주장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때의 ‘독선적 행태’에 대해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2주전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중에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인 목사님은 ‘인적청산’에 대해 ‘지금 누가 누구를 청산 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되죠’라고 확실히 말씀하셨습니다. 성직자로서 하신 말씀이기에 믿음을 갖았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중진의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교섭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삼고초려를 해 모시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비대위원장 내정 직후, 23일 인 내정자의 수락기자회견에서도 ‘인적청산’ 문제는 원론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4일 지인을 통해 인 내정자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성탄절(25일)에 저와 조찬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내 여러상황에 의견을 교환하는 중 인 내정자는 “ 「인적청산」에 대해 몇 사람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크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청산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고 그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라고 반문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탈당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줄 수 없습니다. (지역구민들에게 선택받은) 정치인들은 정치권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중진들은 2선후퇴를 이미 했지 않습니까”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사태가 마무리되면 제가 책임을 지고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맏형으로 당을 위해 제가 대표로 책임질테니, 다른 분들은 처음 약속을 지키십시오”, “내가 탈당하는 시기는 나에게 맡기십시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 내정자는 “그렇게 하셔야지요”라고 하며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또 저에게 대상자 몇몇 분을 거명하며“해당되는 분들에게 ‘자중자애’해 주실 것을 당부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26일) 언론에 저를 비롯한 몇 명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인 비대위원장 발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설마’했습니다. 약속을 믿었고, 본인도 ‘자신이 직접 거명한 것은 아니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인데 말려 든 것 같다’고 다음날 새벽에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시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원들 사이에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국위원회(29일)에 제가 직접 나서 마이크를 잡고 위원님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에 위원님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해 주셨습니다.
전국위가 끝난 뒤, 그 날 오후 6시 인명진위원장의 측근인사와 만났습니다. 그는 대뜸 인위원장의 뜻이라며,‘대표님이 오늘이나 내일 빨리 탈당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나는 ‘내가 당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가겠다고, 떠나는 시기는 나에게 맡기기로 약속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요. 인위원장께 내가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달라고 말씀해주시오’라고 했습니다. (연말연시에 지역 당원들을 비롯해 주위에 인사를 하면서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정리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국위원회 비대위원장 추인 바로 다음 날, 종무식하는 지난해 마지막 날(12월 30일), 인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인‘숙청기준’을 발표하셨습니다. 당황했고 실망했습니다. ‘약속이 무시됐다’는 속상한 마음에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원들의 동의와 정당한 절차없이 동지를 쫒아내는 것은 헌법적 가치인 ‘정당정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시작된 연말연시 몇일 동안 저는 또 ‘불면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단 몇일일 뿐인데, 만 일년을 보낸 것 같았습니다.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 ‘주위에 큰 피해를 줬다’는 자책과 동지들에 대한 죄송함 때문이었습니다.
인 비대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는 말을 소신처럼 이야기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당원들이 그 말이 ‘은유적 표현’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각오로 당을 개혁해 주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기대는 확신이 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분이 비대위구성을 미루면서까지 절차를 무시한 인적청산에 집착하고, 그러면서도 앞뒤가 안맞게 빈 지역구를 충원하는 ‘조직강화특위 구성’을 지시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기자간담회 말미에 탈당파들과의 각별한 친분을 숨기지 않으셨던 이유도 다시 궁금해 졌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 비대위원장께서 주장한 ‘인적청산’은 ‘법적 책임’, ‘정치적 책임’, ‘도의적 책임’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들이 있었습니다. “기존 의원들에 대한 분열책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도의적 책임’은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것이고, ‘정치적 책임’은 탈당을 종용하기 위한 용어이며, ‘법적 책임’은 협박의 도구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당원으로서 집권당의 성공을 위해 남보다 더 뛰고 열심히 일한 사람을 정죄한다면 정의라 할 수 있겠는냐’는 볼멘 소리도 들었습니다. “청와대 고위참모들도 몰랐던 최순실을 알지 못했다고 죄를 묻는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뒤에서 딴소리하고 잇속을 챙긴 사람들,‘최순실을 알았다’고 실토하고 호적을 파 나간 사람들은 면죄부를 주면서 어떻게 정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는 불만도 들었습니다.
인 비대위원장께서 제시한 기준이 너무 광범위해서 해당되지 않는 의원을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체적인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박근혜정부 4년동안 여당과 정부의 주요직책을 맡았던 사람, 둘째, 4. 13총선에서 분열을 조장한 사람, 셋째, ‘호가호위’하며 상식에 어긋난 지나친 언사를 한 사람이 그 기준이다. 대충봐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기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기자간담회 직후, 회관에는 해당자 명단이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돌고 있습니다. 제가 확인한 의원만도 20여명이 넘었습니다. 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분열과 배제를 통해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비대위원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인적쇄신’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과 형식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치않는 소신입니다.
국회의원은 각 지역의 당원과 유권자들이 선택한 분들입니다. 또 당의 자산이자 근간입니다.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당은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인 비대위원장께서는 더 늦기 전에 당을 살리는데 앞장 서주기 바랍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혁신’의 전제는 ‘또 다른 독선과 독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의 혼란에 이어, 또 다시 당내 갈등이 후폭풍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당도 당이지만 대한민국이 좌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제 느슨해진 신발끈을 고쳐 메야 합니다. 당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분연히 일어서야 합니다.
저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무엇이 당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겠습니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많은 조언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