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베치 디보스 교육장관 인선을 “훌륭한 선택”이라고 호평한 데 이어 이달 중순 릭 페리 에너지장관 지명자를 “완벽한 장관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총 7명이 부시 전 주지사의 ‘칭찬 리스트’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을 비판해 온 스콧 프루잇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이 환경보호청장에 지명되자 부시 전 주지사는 20일 CNN에 “트럼프 인선 중 최고”라는 글을 남겼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 “트럼프 당선인과 그 가족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라며 “그의 성공을 바란다는 걸 그가 알았으면 한다”고 적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선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변신이다. 부시가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와 형의 트럼프 지지 거부로 앙숙이 된 트럼프의 공화당 ‘적대적 인수’에 제동을 걸기 위해 화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시는 같은 글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확장하고 실용주의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트럼프의 당 주류 때리기 수위를 낮춰달라는 뜻을 나타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 과정에 부시 가문 측근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러시아 유착 의혹이 있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와 콘돌리자 라이스의 적극적 추천이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 본인도 텍사스 주 출신에 석유사업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틸러슨 지명을 환영하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의회 인준을 당부했다.
부시와 트럼프 진영의 협업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거물급 인사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다. 폴리티코는 “체니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자주 연락할 뿐 아니라 틸러슨 인준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스가 체니의 조언을 즐긴다”고 전한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맹렬히 비판한 이라크전의 주 설계자가 체니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누구도 예측 못한 시나리오”라며 “체니의 행보가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 간 화해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가 관심거리다. 아버지 부시는 고령(92세)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지만 아들 부시는 내년으로 결정을 미루겠다고 한 상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9일 “새 대통령과 국가의 성공을 기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