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초현실적인 정치인들 헌재 불복하는 혁명 들먹이고… “국민은 法 위에 있다” 주장도 법 위에 누군가 존재하는 것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체제다 탄핵은 법리의 손에 맡기고 미래 위한 시스템 고민하라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의 사태는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특히 대통령이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중요한 무엇이 아니라는 것을 요사이 대한민국이 보여준다.
누군가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오히려 유익하다는 그럴듯한 주장을 한다. 무력한 정부가 힘센 정부보다 낫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겨웠던 모양이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현대와 같이 무소불위의 정부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정부를 상상하는 것이 왠지 불온한 것은 아닌지 불안하지만, 불확실성만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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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수준으로 보나 경제발전의 단계로 보나 대한민국은 이제 기댈 곳이 좋은 법, 제도, 관행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얼개가 형성되는 국가가 운영되는 시스템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현재의 법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인 제도와 관행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옷인지 스스로에게 차분히 물어봐야 될 때인 것이다. 그리고 깊고 넓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나라를 재창조하는 수준의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라의 개혁은 지금의 제도 안에서 스스로를 고쳐 가는 지루하고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 개인이나 정파적인 이익을 계산하는 소인배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탄핵 정국에서 터져 나오는 거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런 시도가 오히려 더 큰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기도 한다.
거리의 목소리는 거칠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는 혁명을 운위하고 다른 누군가는 국민이 법 위에 있다고 한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혁명을 도모해야 할 만큼의 압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데 헌법재판소가 자기의 의견과 다른 평결을 내면 혁명을 해야 한다고 하니 그런 이유 때문에 혁명을 해야 한다면 혁명은 일상사여야만 할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폭력을 사용하는 군사 쿠데타와 무엇이 다른가.
국민이 법 위에 있다고 하는 주장은 더욱 위험하다. 국민 누가 법 위에 있는가? 국민이 법을 고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좋은 의미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 법 위에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 히틀러와 스탈린, 김일성, 그리고 수많은 전제군주다. 법 위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체제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스템이다. 그를 제거하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그랬고 히틀러의 나치와 스탈린의 나라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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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인용되든 아니든 대통령은 이미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미래 하루를 낭비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이 초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