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이룬 이호연 前 해병대 사령관
지난달 남극마라톤을 끝으로 세계 4대 사막마라톤을 모두 완주한 이호연 전 해병대 사령관이 이순신 동상이 보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섰다. 작은 사진은 이 전 사령관이 남극마라톤을 완주한 직후 찍은 것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전 사령관은 ‘철의 중년’으로 불린다. 군인일 때부터 강한 체력을 다져 놓았다. 현역 때인 2002년과 2011년 국제철인경기(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3시간대에 완주했다.
그는 지난달 말 제7회 남극마라톤대회를 완주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전역 후 1년간 사하라, 고비,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그는 남극마라톤을 정복하며 세계 4대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한국에서는 11번째 완주자다. 그가 달린 모래와 자갈밭, 설원의 거리는 총 1000km에 이른다.
“남극마라톤은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을 마라톤으로 완주해야 출전 자격이 주어집니다. 식량, 의류, 비상약품이 담긴 10kg짜리 배낭을 메고 250km를 달리는 사막마라톤을 세 번 끝내야 남극을 밟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남극에 가기 전 매일 20km씩 뛰며 체력을 단련했는데도 극한 지역을 달린다는 건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극은 접근부터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 세계의 땅끝 마을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항공기로 약 30시간을 이동한 뒤 3일간 배로 약 1200km를 더 들어간 곳에서 마라톤이 열렸다. 마라톤 일정 자체도 난도가 높았다. 설원에서 하루 8시간을 뛰고 밤새 배로 장소를 이동해 다시 8시간을 뛰는 일정이 6일간 반복됐다.
“남극은 봄에도 기온이 영하 25도입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발에 동상을 입어 고생했습니다. 눈밭이다 보니 사방이 온통 흰색으로 보이는 ‘화이트 아웃’ 현상도 겪어 방향표지판을 못 볼 때도 많았습니다. 달리는 내내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 두 번 다시는 안 해야지. 여기서 포기할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 건 청년들의 롤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일종의 책임감이었다. 세계 4대 사막마라톤 정복에 나섰던 2014년부터 그에게 ‘도전, 열정’을 주제로 한 강의 요청도 줄을 잇고 있지만 강의료를 모두 청년을 위해 기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군에선 장병들에게 전투 체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군의 전투력은 결국 군인 개개인의 체력과 정신력에 달려 있습니다. 젊은 군인들이 저를 보고 체력을 키우길 바랐죠. 사회에 나온 뒤에는 청년들이 저의 모습에서 도전정신과 열정을 찾길 원했습니다. 직접 행동해 그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겁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