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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탁금지법, 설-추석 한시예외 검토

입력 | 2016-12-19 03:00:00

정부 내수 위축 극복방안 추진




 정부가 청탁금지법 적용을 추석 설 등 명절에 한해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상반기(1∼6월) 경기침체로 내수절벽이 우려되자 법 적용의 예외를 둬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불과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원안을 손질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청탁금지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경제 부처의 건의를 받아들여 명절 등에 한해 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aT 화훼공판장과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카드 사용액 등 통계를 보고 있는데 식당 같은 경우 고용의 문제, 매상이 줄어드는 쪽이 있으니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연관성이 있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완할 방안이 있을까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1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국정 현안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청탁금지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청탁금지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3-5-10’ 규정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데다 법 시행 이후 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을 대상으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 부처들은 명절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법 적용을 예외로 한다면 청탁금지법의 기본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소비 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일정 기간 선물 5만 원의 제한을 받지 않도록 예외를 주는 식이다. 현재 굴비, 한우 등 일부 농축수산물의 경우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급감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판매 성수기인 명절 때만이라도 최소한 법 적용에 예외를 두자는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단 한시적 유예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긴 했지만 권익위 내부에서는 법 적용에 예외를 두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규정에 손을 댈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높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3-5-10’ 규정에 대해 2018년 말까지 집행 성과를 분석해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그때까지는 원안대로 규정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법안 제정 단계에서 좀 더 정밀한 검토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시행 전부터 소비 위축, 농축산가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됐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허점투성이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려다 보니 오히려 국민적 불신만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권익위 검토 결과를 거쳐 최종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여론의 향방에 결과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