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펼치는 청년드림]인턴 ‘선배’들의 경험담
“제가 한 방법이 맞습니다.”
스무 살 인턴 개발자가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편안하게 말하는 모습.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서비스 스타트업인 ‘렌딧(LENDIT)’의 김성준 대표(31)가 2010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기술(IT)업체 인턴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토론문화는 그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KAIST를 나온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갖던 중 우연히 한 기업의 인턴 공고를 발견해 지원했다. 7명의 동료 인턴과 함께한 실리콘밸리 생활. 인턴과 회사의 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 ‘책임 있는 자율’과 ‘핵심에 집중하는 태도’
이용자 270만 명을 확보한 교육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회사 ‘클래스팅’의 프로젝트매니저인 김태우 씨(28)도 2009년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투자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내가 본 실리콘밸리 기업의 가치는 ‘기업문화’나 ‘멋진 사무실’이 아니라 ‘핵심에 집중하는 업무 태도’”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두기 전에는 고객 개발과 성장에만 집중한다”며 “그런 방식들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쓸데없는 노력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생리대 회사 ‘산들산들’의 공동창업자 서성훈 씨(26)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마음으로 경험과 식견을 공유해준 멘토들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산들산들은 소비자들이 생리대를 하나 사면 또 다른 하나가 저소득층에 기부되는, 이른바 ‘착한 생리대’를 파는 회사다. 10월 법인 설립 후 제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50, 60대 기업인들이 친구처럼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줬습니다. 직급이 높은데도 체면이나 권위를 따지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받더라고요.”
그들은 서 씨에게 “마음먹기에 따라 에너지가 다르다”며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서 씨는 “그들의 조언이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 대학들, 실리콘밸리에서 예비 창업가 양성
실리콘밸리 인턴 출신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 파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KAIST창업원은 지난해부터 매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장비업체 램리서치에 학생 2명을 인턴으로 보내고 있다. 가천대는 올해 ‘방문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 10명을 실리콘밸리에 파견했다. 국민대 컴퓨터공학부는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와 연계해 지난해부터 학생 총 43명을 실리콘밸리에 보냈다. 한동대는 2014년부터 매학기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어 수상자들에게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권기범 kaki@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