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거수 표결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회사에서는 상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찬반 의사를 종종 거수로 묻는다. 그러나 부하 직원이 상사들을 앞에 놓고 거수해 보라고는 하지 않는다. 상하관계를 떠나 연소자와 연장자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을 드는 행위(거수)나 일어서는 행위(기립)가 별것 아니긴 하지만 그것도 능동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연소자가 연장자에게 주문할 때는 무례하다고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장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기업 총수 9명을 쭉 앉혀놓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총수들은 처음에는 어색해서 쭈뼛쭈뼛 눈치를 보더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먼저 손을 들자 몇몇이 따라 들었다. 어제 신문을 보니 동아일보를 비롯해 조선, 중앙, 한겨레신문이 대기업 총수들이 안 의원의 ‘강요’에 따라 거수하는 사진을 1면에 실었다. 그제 국정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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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