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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영무]4차혁명, 대학 자율성이 답이다

입력 | 2016-12-06 03:00:00


이영무 한양대 총장

 올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21세기 핵심 어젠다 중 하나로 ‘교육’이 제시됐다. 특히 자료 기반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업 능력, 융합 능력 등의 핵심 역량을 갖춘 융복합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화두였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21세기를 선도할 핵심 인력 양성 기관인 대학의 혁신이 필수적이 됐다. 혁신의 키워드는 대학의 학사제도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의 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는 뭘 해야 할까.

 첫째, 대학의 학과 간, 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고 경계를 허물어 융합 전공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학사제도에는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는 데 있어 물리적·제도적 제약이 상당수 존재한다. 다양한 전공 분야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또 별도의 학과 개편 없이 주(主)전공 이외의 다전공만 이수해 학위를 받는 것도 허용돼야 한다.

 둘째, 수업 운영에서 학생들이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2학기제는 학기당 15주 내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틀에 갇혀 있다. 이처럼 획일화된 수업 방식은 단계적 학습이나 산업현장과 대학 간의 이론·실습의 병행을 어렵게 한다. 학점당 15시간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교과목의 특성이나 학생의 역량 수준을 반영하여 수업을 집중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공 분야의 특성에 따라 석사 과정 졸업 요건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고등교육법령상 우리나라 석사 과정의 수업 연한은 대학원 수업은 최소 1년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석사학위를 1년 이내에 취득할 수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며 이를 현실로 옮기는 능력을 지닌 인재,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탄력적인 대학의 학사 운영이 요구되지만, 우리 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 이를 탈피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와 운영 자율화가 절실하다.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규제 완화를 망설인다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의 대학들은 도태될 게 뻔하다.

 정부도 대학의 엄중한 책무가 실현 가능해지도록 대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율화를 위한 인식 전환을 심사숙고할 때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