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주장 염기훈(왼쪽)은 아프면서도 행복했던 한 시즌을 보냈다. 염기훈이 FA컵 MVP를 수상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상암|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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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라이벌 FC서울과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후반 90분 경기에서 1-2로 졌다. 결승 1·2차전 합계 스코어에서 3-3으로 비겨 30분간의 연장전이 이어졌으나, 두 팀은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수원이 서울을 10-9로 꺾고 6년 만에 FA컵을 되찾았다. 수원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챙겼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수원 주장 염기훈(33)에게 돌아갔다. 그는 2010년에도 팀을 FA컵 정상에 올려놓고 MVP를 거머쥔 바 있다.
염기훈은 결승 2차전을 마친 뒤 “다시 FA컵 우승을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서울보다 좀더 간절해서 정상에 선 것 같다.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MVP는 생각도 못했다. 군 입대를 앞둔 (홍)철이가 받겠다고 선언을 한 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 깊은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염기훈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힘들었던 기억들이 너무 많이 났다. 그래서 더 울컥했다”며 “수원에 입단한 이후 팬들이 우리보다 상대에게 더 환호하는 것을 처음 봤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비난도 받아봤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우승의 순간,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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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은 “하위 스플릿 첫 경기에서 포항과 2-2로 비긴 뒤 스스로 결단해 서정원 감독님께 ‘쉬겠다’고 말씀드렸다. 4일 정도 푹 쉬었는데 아팠던 발목의 통증이 사라졌다. 그 기간 체력보충도 잘 됐다. 그 덕에 이후 몸이 많이 좋아져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처럼 환하게 웃은 그는 “내년에는 팀과 함께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암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