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시모나 치라올로 지음/엄혜숙 옮김/40쪽·1만2000원/미디어창비
아직 세상 경험이랄 것을 겪어 본 적 없는 아이는 생일을 맞은 할머니 표정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에게 무릇 생일이란 고깔을 쓰고 파티 나팔을 불면서 신나게 웃고 즐기는 날일 텐데요. 정작 생일의 주인공인 할머니는 왠지 슬프면서도 놀란 듯 얼굴에는 걱정이 있어 보입니다. 둘은 화면 안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요.
가까이 다가온 아이가 이유를 묻습니다. 할머니는 주름살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라 답해주지요.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으로 할머니는 주름살에 담긴 모든 기억을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양쪽 페이지에 나뉘어 그려진 아이와 할머니는 주름살을 하나둘 짚어가는 동안 어느새 한 화면에 들어와 있어요. 주름살 중에는 당연히 손녀를 처음 만난 날의 기억도 담겨있습니다. 할머니가 겪어낸 모든 세월의 기억이 담긴 주름을 아이도 이젠 이해하게 되겠지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앞뒤 면지(표지 안쪽)에 그려진 소라껍데기, 결혼사진, 장난감 등 하나하나에 담긴 할머니의 추억도 보일 것입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그림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