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민정수석 등 지휘체계 안 거쳐… 최순실 요구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 감찰 통해 해당공무원에 ‘친노’ 낙인 조응천 “공직때 일 말할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에 대한 ‘윗선’의 감찰 지시를 2013년 당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이 조응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비서관 등 지휘체계를 거치지 않고 조 의원에게 곧바로 감찰 지시를 전달한 것은 ‘비선’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 비선 통한 비정상적 감찰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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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메신저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고려하면 최 씨의 감찰 요구가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을 거쳐 조 의원에게 하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 씨는 그해 4월 자신의 딸 정유라 씨(20)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2등에 그치자 승마협회에 불만을 품었고, 청와대는 그 직후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노 국장 등은 승마협회 내부의 최 씨 측근파와 반대파의 비위 사실을 고루 보고해 “최 씨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돌더니 결국 좌천됐다.
조 의원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지시를 전달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공직에 있던 때의 일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응천, 문체부 간부 2명 전격경질 당시 靑감찰 주도’ 제하의 22일자 본보 단독 보도에 대해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사로부터 문체부 국장과 과장 2명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이들에 대한 복무동향을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 감찰 보고서에 ‘친노 성향’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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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고서에는 “해당 공무원이 이권 개입을 많이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식의 세평(世評) 위주의 내용이 많은데, 두 사람의 비위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그들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공연 티켓 등이라고 한다. 조 의원은 감찰 보고서 종합 의견으로 ‘인사 조치함이 상당하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일부 직원이 두 사람의 좌천이 자기 성과라며 자랑하는 듯한 얘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에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 감찰 보고서엔 정치 성향을 적기도 하지만 ‘친노 성향’이라고 한 것은 다분히 ‘찍어내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지만 구속을 면치 못했듯이 상사의 불법 지시를 이행했다 해도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