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예술공간 고리’ 안선 총괄담당
‘신도림예술공간 고리’의 총괄담당 안선씨. 안 씨 뒤에 서 있는 로봇인형 ‘어른이’는 어른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인 고리의 마스코트다. 송충현 기자balgun@donga.com
18일 이곳에서 안선 고리 총괄담당(35)을 만났다. 안 씨는 2012년 이곳이 처음 생길 때부터 운영해 왔다. 이곳은 어른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한다. 일과 자녀에게 치이는 어른들이 자기계발을 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꾸며졌다.
“보통 문화예술공간은 아이나 어르신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어요. 30대부터 50대 사이의 어른들은 아이 손을 붙잡거나 어르신들 모시고 문화예술공간을 다니죠. 본인들은 즐길 겨를이 없는 거예요. 거기에서 착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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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은 직장인들로 구성된 밴드나 무용, 연극 동아리가 많이 찾아요. 취미 강습실에선 간단히 무용이나 미술을 배울 수 있는 무료 강의를 열어요. 서울 말고도 경기 성남, 수원에서 찾아오는 분도 많습니다.”
안 씨는 추계예술대 동양화과를 나왔다. 어릴 때부터 그림만 그리며 살던 그는 대학원에서 문화기획학을 배우며 인생의 진로가 달라졌다. 낡은 공장이나 폐시설 등 도심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공부하며 한국에는 왜 쓸모없는 공간을 활용한 문화시설이 없을까 생각했다.
“고리가 있는 장소는 원래 평범한 지하철 통로였어요. 여기에 서울시와 구로구가 약 900m² 되는 공간을 시민시설로 꾸미기 위해 유리벽을 쳤죠.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유휴시설 활용 사례였습니다. 이 공간을 꾸밀 사람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드디어 전공을 살리겠구나 싶었죠.”
고리가 처음 생겼을 땐 이용자가 거의 없었다. 신도림역을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선뜻 고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적었다. 어른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데다 신도림을 오가는 직장인들은 너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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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어떻게 하면 고리를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텃밭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고리에서 텃밭 만들기 강의를 들은 직장인들이 텃밭을 만들어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물을 주게 한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밭에 물을 주는 1분이라도 고리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안 씨의 바람은 통했다. 하루 10명도 채 되지 않던 고리 이용자는 요즘 400명으로 늘었다.
“친구들끼리 고리 동아리실을 빌려 놀아도 되고 책이나 영화를 즐겨도 돼요. 그냥 어른들 아무나 와서 하고 싶은 거 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리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입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